운영자 2018.04.2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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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들을 참 좋아한다. 아이들의 꾸며내지 않은, 걸러지지 않은 날 것의 감정들이 생생하게 다가올 때 가슴이 뛰고 배가 간질간질 하다. 그림책도 나에게 그런 대상이다. 아이들의 살아있는 표정과 사랑스러운 몸짓처럼 다양한 문체와 그림체로 표현되는 개성 가득한 내용들을 만날 때면 늘 기대가 된다. 공감인에서 ‘그림책 읽기모임’ 공지를 읽고 망설임 없이 신청 버튼을 누른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을 거다.

 

설레는 마음으로 마주한 그림책의 주인공은 작은 냄비를 돌돌돌 끌고 다니는 ‘아나톨’이라는 꼬마였다. 그림책 속 꼬마는 나의 모습이기도 했고, 내가 만나는 아이들의 모습이기도 했다. 이런저런 불편함 속에서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던 아나톨이 결국 냄비 속으로 숨어버리는 장면에서, 한동안 세상을 등지고 스스로 만든 틀안에 나를 가두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이 자기 안으로 들어가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고 갇혀버리는 모습도 겹쳐졌다. 우리를 세상과 멀어지게 하고 어울려 살아가지 못하게 하는 냄비는 ‘어떤 냄비들이었을까…’ 떠올리며 가슴이 저릿했다.

 

그림으로 그려낸 나의 냄비는 언제 터질지 모를, 갑작스럽게 폭발해버리고 마는, 위험하고 시끄러운 냄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러니 불편했지라는 생각과 함께 이 냄비를 도대체 어떻게 끌고 다녔을까, 오죽했으면 이런 위험한 냄비 속에 들어가 숨었을까, 싶은 마음도 들어 나 스스로 안쓰럽기도 했다.

 

각자의 냄비에 대해 조원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니 또 하나의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이하 맘프)」 ‘나편’이 진행되듯 깊은 내면의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펼쳐졌고 어느 순간 함께 아파하고 공감하며 위로하는 자리가 되었다. 우리 조는 서로의 그림에 힘을 실어주기도 하며 더욱 적극적으로 서로에게 다가갔던 것 같다.

 

숨어버렸던 아나톨에게 다가와 손 내밀던 한 사람의 존재가 떠올랐다. ‘아! 맘프가 나에게 이런 존재였구나!’ 주방 장갑을 끼고 뜨거운 나의 냄비를 잡아주었던 치유활동가 선생님들과 달그락달그락 우당탕탕 거리는 그 시끄러운 소리를 함께 들어준 참여자분들. 안전한 공간에서 ‘더 이상 냄비 속에 숨지 않아도 되는구나’, ‘나를 알아봐 주고 다가와 주는 사람들이 있구나’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다 보면 서로가 위험하지 않게, 하지만 분명 각자의 냄비들을 숨기거나 그 속에 숨지 않으면서도 ‘함께’ 해나갈 수 있는 방법들을 찾게 될 거라 믿는다. 

 

글 :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 한보람 치유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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