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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간절함은 마침내 이루어지는 걸까요?

 

우연히 보게 된 영화 포스터를 마음 한구석에 저장시켜놓았는데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 운영 사무국에서 함께 본다고 해서, ‘드디어 너를 만나는구나!’하는 심정으로 신청을 했습니다. 비가 내리다 말다하는 궂은 날씨에 교차로마다 차들이 머리를 들이밀며 신경전을 하는 금요일 저녁,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 숨을 헐떡이며 도착했지요.

 

프루스트, 마르셀, 마들렌, 차 그리고 잃어버린 기억이라는 소재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동화나 희극 같은 이모들과 폴의 일상 저편에 이미 세상에 없는 ‘아틸라 마르셀’이라는 아버지에 대한 나쁜 느낌과 어머니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의 흔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무표정하게 말문을 닫아건 채 기계적으로 피아노를 치고 슈게트 빵에 집착하면서 서른 세 살의 어린아이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매일 지나치는 아파트의 한 귀퉁이에 프루스트 부인의 비밀 정원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고, 당근, 아스파라거스, 배추(양배추가 아닌), 그리고 기억을 불러오는 마법의 식물을 키우는 이상하고 미심쩍은 마담 프루스트의 상담소가 있었습니다. 정원 안팎의 초록 식물들과 주인공 폴처럼 성장하지 않는 이모들이 즐겨 먹는 브랜디에 절인 빨간 체리, 프랑스인 보다는 이집트인처럼 생긴 주인공 폴(어떤 분은 못생겼다고)의 파란 눈동자에 빨려 들어가다 보니 어느새 그랜드 캐니언에서 아내 미셸과 유모차에 앉은 아기를 등지고 서서 잃어버린 기억들과 거의 완전하게 조우한 폴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폴의 아기는 폴이 그랬던 것처럼 처음으로 폴에게 파파라고 부르고 폴은 아기의 말을 받아 파파라는 단어를 돌려줍니다.

 

영화가 끝난 후 편안하고 온화한 기분이 되어 폴에게 피아노를 강요하던 이모들에게서 문득 자신을 보았다는 분, 상대방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프루스트 부인의 모습을 인상 깊게 보았다는 분, 감춰져 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 차가 궁금하다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영화 속에 상처 입은 치유자였던 마담 프루스트의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저 또한 깊은 물 속에 기억이라는 물고기를 끌어 올린 미끼가 되기 위해 마담 프루스트 정원에 자라는 이름 모를 약초 혹은 채소 아니면 음악으로 남아있기를 바라며 다음에 함께 볼 맘프의 영화가 궁금해집니다.

 

글 :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 치유활동가 김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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