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인수위원회 경청마루 한 달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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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천대만 받다가 오늘 대접받으니까 너무 좋으네”, “허투루 듣지 않고 성심성의껏 들어줘서 고마워”, “희망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아”, “밖에서 만나면 짜장면이라도 사줄게”, “긴 얘기를 털어놓으니 속이 다 시원해”, “7년간 당하면서, 오늘 눈물을 두 번째로 흘렸어. 내 마음을 알아줘서”

 

경청마루에 오신 분들이 남기고 간 보석 같은 말들입니다. 2017년 5월 25일부터 광화문에는 파란색 컨테이너들이 생겼습니다. ‘광화문 1번가’라고 불리는 국민인수위원회 건물들입니다. 그 중 2층 맨 끝자락, 공감인이 함께하는 ‘경청마루’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정책 제안이나 민원 접수를 하러 오신 분들, 혹은 그저 컨테이너가 신기해 와보신 분들도 모두 이곳에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실 수 있습니다.

 

약 한 달 동안 많은 이야기들이 이 공간을 채웠습니다. 시민들이 와서 억울함과 분노, 좌절과 슬픔 등의 감정을 이야기하면 치유활동가 선생님들은 그 이야기를 듣습니다. 깊은 공감을 해주기도 하고, 따뜻한 응원을 보내기도 하고, 때로는 같이 화를 내며 아파합니다. 사람이 오는 건 그 사람의 생이 같이 오는 것이라는데, 그렇게 저는 매일 다채로운 생의 이야기들을 듣고 있습니다. 제가 보고 들은, 그 이야기들을 2번에 걸쳐 나눠보고자 합니다. 

 

- 들어주는 일의 힘

 

“누군가에게 내 얘기를 털어놓은 것만으로 만족해요”

언젠가 방문한 한 젊은 교사가 생각납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경력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교사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그의 목소리에는 억울함이 가득했습니다. 화내는 그 목소리가 어쩐지 제겐 울먹거림으로 들렸습니다. 교육 현장과 관련된 좋은 제안들을 많이 내어주셨지만, 공무원인지라 신분을 밝히고 의견을 접수하기가 꺼려진다고 했습니다. 대신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하셨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 사회인지요. 누구에게나 할 수도 있겠지만, 정작 누구에게도 함부로 꺼내지 못하는 얘기들이 많음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타임머신을 누가 빨리 만들어줬음 좋겠어요”

한 아저씨는 앉자마자 정치와 관련된 이야기를 쏟아내셨습니다. 그러다 타임머신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아저씨는 계속 답답해하며 타임머신을 누가 좀 빨리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활동가 선생님께서 물으셨습니다. “왜 타임머신이 만들어졌으면 하세요?” 아저씨의 대답은 우리 모두를 숙연하게 했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어릴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머리를 다치기 전으로요.” 그때는 누나랑도, 형이랑도, 엄마랑도 대화가 잘 통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누구와도 대화가 안 되니, 그 어린 때의 나로 돌아가면 가족들이 자신의 얘기를 들어줄 것 같다는 것입니다. 엄마는 고향이 어디고, 아버지는 또 고향이 어디고, 나는 어디서 태어났고, 그런 일상적인 얘기들을 나누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제와 궁금해진 것들이 너무 많은데, 아무도 자신과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으니 타임머신을 타고 가는 수밖에 방법이 없겠다고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누구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던 그 삶은 얼마나 답답하고 외로웠을까요. 아저씨가 진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꺼내놓는 동안, 어느새 말투는 느려졌고, 격앙되었던 목소리도 낮아졌습니다. 그동안에는 이렇게 국민들 얘기를 들어주는 곳이 없었다고, 모두 잘하고 계신다고 우리를 격려해주기까지 하셨습니다. 그렇게 아저씨는 웃으면서 경청마루를 떠나셨습니다.

 

“이제 얘기 들어줬으니까 참고 살아야지”

어떤 할아버지께서는 경청마루에 이틀을 연달아 방문하셨습니다. 하루는 화가 난 상태로, 그리고 그 다음 하루는 웃음을 가득 머금은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시장에 들러 먹을 것을 한 박스 들고 오셨습니다. 전날 40분 남짓 이야기하신 것이 어르신의 속을 시원하게 해드렸나 봅니다. 고마운 마음에 하루 만에 안양에서 광화문까지 다시 오신 겁니다. 어제 보니 우리가 계속 앉아있으면 입이 심심할 것 같다고 하시면서 견과류와 곡물과자를 한가득 사오셨습니다. 진심이 느껴지는 할아버지의 미소에 절로 마음이 좋아졌습니다. 할아버지는 억울한 것이 많지만 법적으로 다툴 수 없는 사안임을 이미 알고 있고, 그저 이야기를 들어준 것만 해도 고맙다고 하고 떠나셨습니다. 그 억울한 마음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글 :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 치유활동가 오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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